본지가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해 야심 차게 시작한 ‘서울만큼 잘하는 지역병원’의 이번 대상은 선병원입니다. 선병원은 1966년 20병상의 선정형외과의원으로 개원해 현재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선치과병원, 국제검진센터 등 4개 병원에 800병상을 갖추고 하루 외래환자 3000여명, 해외환자 연 3000명 이상이 찾는 종합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중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최일선에서 주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유성선병원을 방문했습니다. <편집자 주>
종합병원급 규모의 큰 병원은 제대로 진료받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문을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 복잡한 절차 등으로 진료받기 전부터 지치는 것이 사실. 그런데 유성선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편안해 보였다.
“아이고, 먼 길 오셨겠네요. 환영합니다.”
그때 선승훈 의료원장이 잰걸음으로 걸어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날 투어에는 김영임 간호국장도 동행했다. 그는 병원 곳곳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가이드다.
■어디든 찾기 쉽게 이정표 만들어…곳곳엔 자연경관
든든한 두 명의 가이드와 함께 처음으로 둘러본 곳은 외래 진료실. 무엇보다 진료실 벽면에 크게 표시된 숫자가 눈에 띄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곳저곳 찾는 데서부터 힘이 빠지지 않게 이정표처럼 큰 숫자를 표시했어요. 크기도 큼지막해서 어르신들도 쉽게 보실 수 있답니다.” 베테랑 가이드답게 간호국장이 먼저 설명을 시작하며 기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대기하고 있는 분들의 표정이 너무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어떤 마법을 부리셨나요?”
이때다 싶어 기자도 발 빠르게 질문을 건넸다.
“자, 우선 의자를 보세요. 조금씩 다 다르죠? 모든 분의 성향에 맞출 순 없지만 편안함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의자의 높낮이를 조금씩 다르게 했어요. 또 중간중간 이미지 월을 설치하고 진료실 안에서도 외부 창으로 자연경관을 볼 수 있게 했죠. 병원 전체 색감과 조명은 눈을 편안하게 하는 통나무 색과 간접조명으로 했답니다. 우리 병원을 찾는 모든 분이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 딱 하나였는데 그 뒤로부터는 정말 마법처럼 환자·보호자의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자부심 가득한 선승훈 의료원장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기자 역시 병원 특유의 편안함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기 때문. 유성선병원이 추구하는 ’환자 중심의 병원‘은 내원객들의 시선이 향하고 몸이 닿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검사부터 처치까지…신속한 응급의료체계 구축
여기는 꼭 한 번 보고 가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병원의 자부심이 깃든 응급의료센터다. 유성선병원은 올해 1월 1일자로 대전시 지정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격상돼 응급의료서비스 제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응급의료문제가 화두라고 하자 선승훈 의료원장은 “우리 병원은 유성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리가 없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었다”며 “365일 24시간 진료 가능한 응급의학과 전문의 10명이 상주하고 있고 응급 전용 CT와 MRI, 혈관촬영실 등의 진단장비는 응급실 바로 옆에 배치해 신속하게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아직 유행 중인 만큼 호흡기증상 환자는 별도의 입구를 통해 진입, 애초에 다른 환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감염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응급실 안내를 도와준 전문의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믿고 찾아주는 만큼 응당 우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잘 치료받고 무사히 귀가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 하루의 긴장감이 사르르 녹는다”고 말했다.
■터치만 하면 입원생활 A to Z ‘한눈에’
뒤이어 2019년 신관 증축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입원병동을 찾았다. 역시나 편안한 숙박공간에 발을 들인 기분이었다. 우선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배치된 통상적인 구조가 아닌 한쪽으로만 병실이 배치돼 있었다. 가운데 공간은 실내 정원으로 꾸몄다. 굳이 산책하러 밖으로 안 나가도 될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들어선 입원실 안. 가장 먼저 침대 위 태블릿PC가 눈에 들어왔다. 일명 ’스마트 베드사이드 스테이션‘ 서비스다. 침대 위에서 태블릿PC 하나로 진료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임 간호국장은 “입원기간 주의사항부터 검사‧수술 등의 치료 일정, 복용 약 방법까지 세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고 주치의 회진 시에는 혈압, 심박수, 체온 등의 생체정보와 더불어 각종 검사결과를 함께 보면서 얘기할 수 있다”며 “수액이나 시트교체, 간호사 호출도 터치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일일이 스테이션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수술 중에도 보호자와 실시간 소통…만족도↑
다음 공간은 더 놀라웠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유리천장형 참관수술실‘이 눈앞에 펼쳐져서다. 유성선병원이 국내 최초로 설계한 이곳은 보호자가 수술과정을 지켜보면서 의료진과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선승훈 의료원장은 “기존에는 수술 중간 발생하는 변수에 대해 보호자 동의 확인이 어렵고 의료진이 수술방 밖으로 나와 얘기해야 하는 구조라 감염위험도 있었다”며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가족들도 한결 안심할 수 있어 보호자들의 만족도가 참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은 한창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개인정보보호상 사진 촬영은 불가했지만 기자 역시 잠시나마 그곳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병동 투어를 마치고 내려가려는 찰나 자율주행로봇 ’선봇‘을 만났다. 약제 배송과 병원 안내 등을 담당하며 간호사들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환자 동선에 방해되진 않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김영임 간호국장이 “입원실을 한 방향으로 배치하면서 이동통로가 넓어져 그럴 위험은 없다”면서 “물품 운반 시 기침이나 오염된 손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도 차단할 수 있어 오히려 환자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선봇은 한창 바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못 만났으면 아쉬움이 클 뻔했다.
■국내외 환자 모두 포용하는 평생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끝으로 둘러본 곳은 선병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제검진센터. 선병원은 1986년 중부권 최초로 건강검진센터를 개원했다. 이후 30여년간 건강검진 노하우를 축적하며 마침내 이곳 유성선병원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국제검진센터를 확장 오픈했다.
최근에는 의료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질병 예방서비스를 강화했다고. 또 기본검진은 물론 치매, 항노화 등의 정밀검진서비스를 추가해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평생 건강관리에 나서고 있다. 특히 같은 공간에 암센터를 배치, 발견 시 5일 이내 즉각 치료에 돌입할 수 있는 원스톱 의료시스템을 구축한 점이 돋보였다.
검진센터 가장 안쪽에 위치한 숙박검진 전용 병동도 단연 인상 깊었다. 하루 머물면서 일대일 코디네이터의 세심한 관리를 받을 수 있으며 TV와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도 완비돼 있었다.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오는 국내 환자는 물론 해외 환자들에게도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해외환자들을 위해서는 다국어가 가능한 국제진료팀이 출동, 일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제검진센터 역시 철저하게 환자의 시각에서 고민한 산물이었다.
■추가 증축으로 제2 도약…“더 좋은 경험 선사하는 병원 될 것”
“항상 병원을 취재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데 왠지 오늘은 편안하고 행복했어요.”
투어를 마친 소감을 말하자 새롭게 합류한 이규은 경영총괄원장이 “저희의 목표가 성공했네요”라며 선승훈 의료원장에게 눈짓했다.
이규은 경영총괄원장은 “우리는 병원을 짓는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빚는다‘라고 표현한다”며 “환자가 아파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이곳에 발 디딘 모든 분의 좋은 경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경영 모토”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성선병원은 또 한 번의 큰 변화로 환자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신관 증축 공사를 추가로 진행 중인 것. 이번 증축 시에는 휴게공간과 공연장 등 내원객들을 위한 문화공간 확충은 물론 주차장을 2배 증설해 주차난도 해소할 계획이다.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통 크게 마련된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하루 피로를 풀 수 있는 족욕공간부터 스포츠시설 등을 준비 중”이라며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만큼 내부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에도 항상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투어를 마친 후 얘기를 나눈 곳도 집무실이 아닌 구내식당 한쪽에 마련된 회의실이었다.
“우리 병원은 보직자 집무실이 따로 없어요. 그 자리에 환자, 직원들을 위한 공간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저희에겐 중요하죠. 우리야 노트북 놓고 이렇게 얼굴 마주 보면서 얘기할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선승훈 의료원장과 이규은 경영총괄원장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