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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식의보감] 귤 안 부러운 ‘유자’, 환절기 건강에 특효
[한동하의 식의보감] 귤 안 부러운 ‘유자’, 환절기 건강에 특효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23.11.2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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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유자나무는 대학나무라는 별명이 있다. 옛날 시골에 유자나무 한그루만 있으면 그 유자를 따서 내다 팔아 자녀 대학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유자가 자식의 대학을 책임졌다면 이제는 건강도 책임진다. 유자는 건강에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열매다.

유자(柚子, Citrus cavaleriei × reticulata)는 운향과 귤속의 잡종 재배식물인 유자나무의 열매로 의창지(宜昌枳, Citrus cavaleriei)와 감귤나무(橘, Citrus reticulata)의 자연 교잡종이다. 원산지는 중국이고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에 서식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고흥유자가 유명하다.

한의서에서는 유자(柚子)를 귤(橘), 등자(橙子, Citrus sinensis), 감(柑, Citrus tangerina)과 서로 구별하고 있다. 등자는 오렌지과에 포함되고 감은 탠저린이라고 부르는 종이다.

<본초강목>에는 ‘귤(橘)의 열매는 작고 씨의 맛은 약간 시며 껍질은 얇고 붉으며 맛은 매우면서 쓰다. 감(柑)은 귤보다 크고 씨의 맛은 달며 껍질은 약간 두꺼우면서 노랗고 맛은 매우면서 달다. 유자(柚子)는 크기가 등자(橙子)와 같고 씨의 맛은 시며 껍질은 가장 두꺼우면서 노랗고 맛은 달면서 크게 맵지는 않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유자 껍질은 귤이나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울퉁불퉁하고 두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크기를 보면 유자와 등자는 비슷하고 감, 귤 순으로 작아진다. 인터넷에 보면 유자와 등자를 동일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유자고 등자는 오렌지다. 등자는 당귤(唐橘)이라는 이름도 있다. 참고로 우리가 보통 부르는 감귤(柑橘)이라는 이름은 감(柑)과 귤(橘)이 합쳐진 이름이다. 이들은 모두 운향과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유(柚)라는 이름은 큰 술통과 같다는 의미다. <본초강목>에는 ‘유(柚)는 광택이 나면서 색이 선명하고 모양이 술통과 같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 큰 것을 주란(朱欒)이라 하는데 둥글둥글 모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을 향란(香欒)이라 한다’라고 했다.

유자의 맛은 시고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본초강목>에는 ‘음식을 소화시키고 주독을 풀어 준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입냄새를 치료하고 장위 속의 나쁜 기를 제거하며 임산부가 음식 생각이 없거나 입이 담담한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그냥 먹어도 좋고 달여서 마시기도 한다’고 했다. 유자는 생으로도 먹고 물에 넣어서 차처럼 끓여 먹어도 효과적이다.

유자는 목감기에도 효과적이다. <의휘>에는 ‘목구멍 속이 부어 숨쉬기 어려울 때는 유자를 물에 달인 다음 입에 물고 저절로 흘러내리게 하면 좋다’고 했다. 이를 보면 목감기나 인후염, 편도선염에 유자차를 활용해 볼 만하다. 비타민C도 풍부해서 평소 즐겨 먹으면 감기예방 효과도 있다.

유자는 기침가래에도 효과적이다. <본초강목>에는 ‘가래가 있으면서 기침이 나는 증상에 향란(香欒, 큰 유자)의 씨를 제거하고 사기로 만든 병에 술을 넣고 이것을 담근 다음 하룻밤 밀봉해 둔다. 이것을 흐물흐물하게 삶아서 꿀과 섞은 다음 자주 입에 물고 침을 삼킨다’고 했다. 이것은 유자의 성분을 에탄올로 추출하는 방법으로 청을 만들어 놓았다가 먹어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유자는 소염작용이 있다. <이석간경험방>에는 유종(乳腫)에 ‘유자를 쪼개서 붙이면 신묘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유자에는 항산화성분이 풍부한데 항산화활성은 껍질이 가장 높고 다음으로 씨앗, 과육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유자껍질인 유자피도 약용된다. 유자의 껍질은 <본초강목>에는 ‘맛은 달고 매우며 성질은 평하고 독이 없다’고 했다. 또 ‘기를 내린다. 먹기에는 알맞지만 약에는 넣지 못한다. 음식을 소화시켜 흉격을 시원하게 하고 울결된 기를 흩어 내며 담을 삭인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껍질은 맛이 쓰고 맵다. 껍질의 맛이 매우 써서 입에 넣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유자껍질에는 단맛도 많아서 먹기에 좋다.

약용으로는 유자피보다 원래 귤피를 많이 사용한다. 과거에는 유자껍질을 귤피로 속여 팔기도 했다고 한다. <본초강목습유>에는 ‘진피(陳皮)의 흰 부분을 제거한 것을 귤홍(橘紅)이라 하고 지금도 드물게 구한다. 그 지역 사람들은 유자껍질로 대신해서 만들어 시장에 나가서 파는데 가격도 비싸지 않다’라고 했다.

유자씨도 약으로 사용한다. <본초강목>에는 ‘유자의 씨는 단단하고 신맛이 나서 먹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자씨에는 항산화성분이 풍부해서 깨물어 먹지는 못하더라도 청을 만들 때나 물에 넣고 끓여서 먹을 때 버리지 않아야 한다. 유자씨는 원래 모양상태에서는 유효성분 잘 추출이 안 되기 때문에 믹서기를 이용해서 갈거나 막자사발에 넣고 깨주면 보다 효과적이다.

<증보단방신편>에는 몽설(夢泄)에 ‘유자씨 20~30개를 달여서 때에 상관없이 3~4차례 먹는다’고 했다. 신맛은 수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거둬 드린다. 몽설(夢泄)은 남성이 수면 중에 사정하는 것으로 몽정(夢精)과 같은 의미다.

유자에는 특히 비타민C가 풍부한데 레몬보다 3배나 많다. 따라서 감기예방과 피부미용에도 좋다. 유기산도 풍부해 피로해소와 항노화작용도 뛰어나다. 또 다른 감귤류와 마찬가지로 헤스페리딘과 나린진이 풍부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고혈압,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밖에도 항산화작용, 항암작용, 지방분해효과도 있다.

유자는 가정에서 주로 유자청이나 유자껍질을 말려 차로 마시면 좋다. 씨도 버리지 말고 함께 활용하자. 비타민C를 보존하려면 끓여서 마시는 것보다 뜨거운 물에 넣고 우려서 먹거나 청으로 만들어 따뜻한 물에 희석해 먹으면 좋을 것이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을 내민다고 하는데 유자를 먹고선 귤을 먹었다고 속일 필요도 없다. 유자는 유자 자체로 나름대로 건강을 챙기는 효과가 뛰어나다. 유자에는 귤과 오렌지에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귤과 오렌지에 달콤한 부드러움이 있다면 유자에는 톡 쏘는 강함이 있다. 유자나무는 대학나무이자 건강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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