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4개국 치과위생사가 서울 중심부에 모였다. 바로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2024 국제치위생심포지엄(ISDH 2024)’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ISDH 2024는 세계치과위생사연맹(IFDH)가 주관하고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주최하는 치위생계의 대표적인 국제행사. 사실 2019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불안정한 국제정세 등을 이유로 연기됐다. 하지만 다시 절차탁마해 개최된 이번 행사는 ‘역대급’이라는 평을 들었다.
실제로 사전등록자수만 1000명을 돌파했으며 국내 치과위생사는 물론 유럽, 미주, 중동,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가 현장을 찾았다.
특히 세계치과위생사연맹(IFDH) 완다 페도라(Wanda Fedora) 회장을 비롯해 질 리트만(Jill Rethman) 차기회장도 참석,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황윤숙 회장, 박정란 부회장과 함께 자리를 빛냈다.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 치과위생사의 역할에 얘기를 나눴다.
- 치과위생사는 치과진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황윤숙 회장(이하 황 회장) : 치과위생사는 보건대학의 치위생(학)과를 졸업, 치과위생사 국가고시에 응시한 후 합격한 자에 한해 보건복지부장관명으로 의료기사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들을 지칭한다. 치과위생사는 구강보건인력으로 치과의사와 함께 구강질환의 예방과 교육 전문가로서 치석 등 침착물의 제거, 불소 바르기, 임시충전, 치아 본뜨기,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 관리 등 치과진료협조와 경영관리를 지원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치과위생사 시범사업, 유아 구강건강 교육은 확장 운영을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은 올해 고령 인구가 많은 지방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하며 서울특별시 교육청 연계 ‘찾아가는 유아 구강건강 교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대상을 넓혀 대규모로 진행된다.
박정란 부회장(이하 박 부회장) : 우리나라 치과위생사 교육은 1965년 연세대학교 의학기술학과에서 시작돼 현재는 전국 88개 대학에서 매년 5000여명의 학사 및 보건학사가 배출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치과위생사는 치과치료 시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치료중심에서 예방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현재 서구처럼 예방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
IFDH 완다 페도라 회장(이하 완다 페도라 회장) : 치과위생사는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치과진료는 특성상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의 협업에 의해 업무가 대부분 이뤄진다. 실제로 치과의사와 치료계획에 관해 논의하고 스케일링 및 본뜨기, 초기검진, 구강보건교육, 마취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또 엑스레이 촬영 및 현상하는 일도 도맡아 한다.
- ISDH 2024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황 회장 : ISDH가 23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도 치과위생사들이 있고 국민 구강건강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 개최됐다. 우리나라에 개최하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다. 2013년 ‘ISDH 2019’ 개최권을 따냈지만 북한의 도발상황이 외신의 관심을 받으면서 서울 개최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는 수 없이 2019년 대회를 호주 브리즈번에 넘겼으며 돌고돌아 우리나라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준비 기간이 긴 만큼 만반의 준비를 했으며 우리나라의 치과위생사의 위상을 알리는 행사가 됐다.
완다 페도라 회장 : IFDH가 설립된 지 45년이 됐다. 30여개국이 연맹에 가입돼 있다. 나라마다 치과위생사 역할이 다른데 외국에서는 치과의사 없이 치과에서 독립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다. 그간 IFDH에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으며 그간 의료기술의 발달과 치과위생사들의 역할이 확대되는 등 많은 변화가 나타났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2년 임기를 마치는 만큼 이번 ISDH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박 부회장 : 한국 치위생계의 저력을 세계에 알리고자 큰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세계 석학들의 수준 높은 강연과 함께하는 학술제전이자 전시와 특별 프로그램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또 세계 치과위생사들이 한국의 특별함을 경험하고 우수성을 서로 확인하는 행복하고 즐거운 만남의 장이 돼 뿌듯했다.
- 치료중심에서 예방으로 의료패러다임이 변했다. 치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유독 ‘스케일링’을 강조한다.
황 회장 : 스케링일도 매우 중요하다. 아마 언론에서 스켈일링을 강조하는 이유는 건강보험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케어가 가장 중요하다. 양치질만 잘해도 충분히 충치 등 치주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치아 사이사이 치실을 잘 사용해야 한다. 이에 대한치과위생사협회의 경우 어릴때부터 양치질을 습관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 부회장 : 우리사회가 현재 당면한 과제는 ‘고령화’다. 나이가 먹으면 잇몸질환은 물론 치아도 손상되기 쉽다. 침의 분비량도 감소하고 저작능력도 떨어진다. 이에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전문치과위생사 양성 및 시범사업을 통해 고령인구가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노인구강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완다 페도라 회장 : 예방만큼 중요한 건 없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IFDH도 양치질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고 있다. 또 과거와 달리 구강관리제품들도 의료소비자 맞춤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치약이 대표적인 예다. 불소치약은 물론 시린이예방치약, 치석예방치약, 잇몸질환예방치약 등 많은 제품이 나왔다. 단 정부의 규제에 맞게 제작된 것인지 확인한 후 선택하는 것이 구강건강에 좋다.
- ISDH 2024에서 눈에 띄는 기술이 있는지.
완다 페도라 회장 : 구강위생용품뿐 아니라 구강미생물 진단기기, 엑스레이, 구강방사선 촬영 시뮬레이터 등이 많은 의료기술들이 소개됐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의 치과위생사들의 역할이 과거와 달리 많이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 회장 : 세계 각국의 심포지엄을 돌아다니면 그 나라의 치과위생사의 업무가 보인다. 어떤 국가에 가면 칫솔 중심, 어떤 나라는 보험프로그램이 중심이 된다. 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엑스레이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술들이 많이 선보여 졌다. ‘바이오형광 이미징시스템’이 대표적인 예다. 이 시스템은 누구나 쉽게 환자의 구강상태를 확인시켜 준다. 현재 감사하게도 아이오바이오에서 치과위생사과 협약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회가 좀 더 많았으면 한다.
-ISDH 2024에는 많은 진단의료기기들이 소개됐다. 치과의료기술의 발전 방향은.
황 회장 : 진단기기에 대한 사용이 더 발달할 거라고 본다. 특히 인공지능과 결합되면서 좀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환자에게도 치과치료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집에서 환자 스스로 구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번 강조하지만 구강건강의 가장 기본은 ‘예방’이다.
완다 페도라 회장 : 결국 맞춤형으로 변화할 것이다. 특히 구강검진 시스템의 발달로 근거 중심의 치료로 변할 것이다. 좀 더 직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계획부터 재발 예방까지 원스톱(One-Stop)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이다. 치과 치료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떄문에 예방의 중요성이 올라가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