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료로 종종 영양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재유행한 코로나에 걸려 입맛이 없어 식사를 못 해 결국 기력이 떨어진 것이다. 과거의 코로나처럼 맹위를 떨치진 못하지만 고령자에겐 여전히 힘겨운 병이다. 마음이 아픈 보호자는 방문진료로 영양제를 요청한다. 최근 인기있는 영양제는 지방성분이 포함된 흰색 액체로 밥 한 공기 정도의 열량이 포함돼 있다. 입으로 먹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다.
침대에 누워계신 모습을 보니 분명 기력이 없다. 안색을 보거나 피부 긴장도를 봤을 땐 탈수가 의심된다. 영양제를 맞기 전 체온, 혈압, 호흡수 등을 확인한다. 며칠째 식사를 못 해 기력 저하가 있지만 의외로 혈압이 높은 경우가 있다. 심하면 수축기혈압이 200을 넘는 경우도 있다. 환자는 어떠한 불편도 없고 다만 기력만 없다고 한다. 하지만 높은 혈압은 증상이 없어도 위험하다.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을 말하며 수축기, 이완기로 나뉜다. 18세 이상 성인에서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고 한다. 원인질환이 없는 경우를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며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 이차성고혈압이라고 한다. 고혈압 위험인자로는 가족력, 음주, 흡연, 고령,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방문진료 현장에 보호자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요양보호사와 함께 있는 경우도 많다. 고혈압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의약분업 예외 코드를 적용해 응급 혈압약을 드린다. 혈압 추이를 보고 영양제 주사를 시작한다. 혈압약을 드시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 처음 시작하는 혈압약을 처방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 드시기를 권한다.
고혈압 치료는 중요하다.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뉘는데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체중 조절, 저염 식이, 행동 수정, 규칙적 운동 등 비약물적 요법을 시작한다. 방문진료에서 만난 고령자는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혈압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해서 망설이는 경우가 있지만 꾸준한 약 복용을 통한 혈압관리는 필수이다. 음주와 흡연은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금주·금연해야 한다.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고혈압. 방문진료 현장에서도 고혈압환자들을 흔히 만난다. 방문진료를 통해서라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