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요청을 받은 66세 여성 환자이다. 식사를 못 하고 욕지기와 구토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방문진료를 신청했다. 영양제(콤비플렉스페리)를 맞고 기력을 회복해 세 번째 방문했다. 부모님을 잘 챙기는 것은 딸이 잘하는 것 같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면회하는 모습을 봐도 딸들이 좀 더 애틋했던 것 같다. 아들의 정(情)도 부족하진 않지만 유교문화가 남아있어 표현을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는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충수(맹장)에 뭔가 보이긴 했지만 비전형적인 모습이라 추적 관찰하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간혹 복부팽만, 더부룩하고 쥐어짜는 느낌이 있었고 구역, 구토, 설사, 변비, 식욕 저하 등도 나타났지만 일반적인 증상이라 그냥 넘겼다고. 복통이 심해 대학병원 산부인과를 방문했는데 흔한 질병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결국 서울대병원에서 충수에서 시작된 가성점액종이 복막으로 전이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복막 가성점액종은 다량의 젤라틴 같은 점액성 물질이 복강 내 또는 골반강 내에 존재하는 희귀한 질환이다. 복막은 얇은 막으로 복강 내 장기를 보호하고 장기가 유착되지 않는 역할을 한다. 가성점액종은 주로 충수돌기에서 발생하고 드물게 난소 및 다른 장내 기관에서 발생한 종양이 파열되면서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복막 가성점액종의 치료는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고 복강 내에 항암화학요법(HIPEC)을 시행하는 것이다. 제거 수술 후 42도로 높인 항암제를 하이펙 펌프를 이용해 90분간 복강에 순환시킨다. 재발한 복막 가성점액종도 수술적 제거와 복강 내 치료가 우선이며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진행성난소암환자에서 ‘하이펙(HIPEC)’의 치료효과를 소개한 논문이 미국 의사협회 공식 학회지 JAMA Surgery(IF 16.9)에 게재됐다.
최근 호흡곤란이 발생해 병원에서 산소 발생기를 받았다고 했다. 침대 옆에 산소발생기가 보인다. 그러면서 휴대용 산소 발생기도 있다고 한다. 장롱에서 꺼낸 휴대용 산소발생기는 사각형 모양의 컵라면 2개를 붙여 놓은 크기에 3kg 정도의 무게이다. 외부로 이동할 때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호흡할 수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일요일에 신청했는데 두 시간 만에 휴대용 산소발생기를 받았다고 했다.
친정에 잠시 들른 딸은 혼자 계신 어머니에게 미음으로 식사를 챙겨드리지만 메스꺼움과 구토로 식사를 잘 못하신다고 했다. 영양제라도 맞춰 드리고 싶지만 기력이 쇠하고 거동도 못 하니 병원에 모시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방문간호센터를 알게 됐고 필자의 의원과 연결돼 영양제를 맞았다. 딸은 방문진료를 알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수술 후 3년간 잘 지냈지만 최근 부쩍 기력이 약해지고 통증이 심해 누워서 생활한다고 한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마약성 패치를 붙이지 않고 지냈지만 이제는 패치를 사용한다고 했다. 말기 암환자에 통증 조절은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법을 설명해드렸다. 암환자는 어둠이 찾아오면 더욱 더 괴롭고 힘들어진다. 딸에게 저녁시간에 전화를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딸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찾아뵙고 진료할지는 모르겠지만 방문진료를 통해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을 덜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했다. 짧은 방문진료 시간이지만 의료진의 따뜻한 말과 정성어린 진료가 그분들에게는 큰 힘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눈비, 바람을 맞고 무거운 왕진 가방을 들고 다니지만 고맙다는 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으면 힘이 난다. 방문진료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