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서 욕창 방문진료 요청이 왔다. 의정부에서 멀지만 퇴근길에, 주말에 방문하면 될 것 같았다.
85세 남성환자로 파킨슨병, 갑상선 기능 저하, 배뇨 곤란,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2023년 9월 코로나 확진 이후 기력 저하, 와상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와상상태의 환자는 스스로 체위를 변경하지 못하면 욕창이 생기기 쉽고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하지 않으면 욕창이 생긴다.
환자 역시 욕창이 생겼고 서울대병원에서 욕창 치료 후 요양병원을 거쳐 자택으로 퇴원했다. 그는 거실의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배뇨곤란으로 인해 소변줄을 하고 있었다. 대변은 기저귀를 사용했다. 고령의 배우자가 돌보고 있었으며 기저귀 관리의 어려움인지 집안에 대변 냄새가 가득했다. 둔부의 거즈를 제거하자 진물과 냄새가 났고 10*8cm 크기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욕창이 있었다.
주 3회 이상의 욕창 치료가 필요했고 매번 필자가 방문하기 어려워 방문 간호사와 욕창 치료계획을 세웠다. 월‧수‧금은 방문 간호사가, 토‧일 중 하루는 필자가 방문하기로 했다. 침대 옆에는 욕창 치료를 위한 재료가 가득하다. 보호자의 도움으로 환자를 옆으로 눕히고 침대 바닥에 일회용 포를 깐다. 거즈를 제거하고 베타딘과 클로로헥시딘으로 소독한다. 피부 재생효과가 있는 연고를 바른 후 메디폼으로 마무리했다.
욕창은 우리 몸 어디에서든 반복적인 압박이 주로 뼈의 돌출부에 가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안 돼 생기는 궤양이다. 피부 궤양은 주로 압박과 쏠리는 힘으로 생기는데 초기에는 압력이 해소되면 즉시 회복된다.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져 혈액순환장애가 생기면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며 피부 밑 지방이 괴사돼 딱딱해지고 검은색의 괴사 딱지(가피)가 생긴다. 치료를 위해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해야 한다.
방문 간호사와 필자가 욕창 치료를 해도 배우자가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할 수 있을지 염려됐다. 욕창 환자의 경우 소변 관리가 중요하다. 소변이 욕창 부위로 흘러가면 욕창 치료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욕창 치료를 위해서는 소변줄이 편리한데 환자는 소변줄의 불편을 견디지 못했다. 소변줄을 유지하는 것과 이동 변기를 사용하는 문제로 환자와 배우자가 다투는 것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욕창 치료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었다.
보호자에게 체위 변경과 함께 영양 공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단백, 고칼로리,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사를 당부했다. 욕창에 효과 있는 새살 연고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보호자의 정성과 방문 간호사의 노력으로 욕창 크기가 줄어들었다. 욕창 치료의 여러 요소가 잘 결합된 것이다. 처음의 절반 크기로, 그것의 절반 크기로 줄어들었다. 소변줄을 제거했고 자가 배뇨도 가능했다.
욕창이 호전돼 필자가 방문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가족이 치료해도 될 정도로 호전됐고 방문진료 비용도 부담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족에게 욕창 치료방법을 알려줬다.
수개월이 지난 후 방문 간호사에게 약 처방 요청받았다. 환자의 욕창 치료가 어떤지 물어보니 많이 치료됐다고 한다. 약 처방을 위해 방문하니 혈색이 좋은 환자가 반갑게 맞이한다. 욕창은 새끼손가락 한마디 사이즈로 줄었다.
물론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의료진이 상주하고 환자의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방문진료 사례를 통해 고령의 만성질환자도 집에서 적절한 의료와 돌봄이 있으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환자의 의지, 돌봄 제공자의 헌신, 적절한 의료 서비스 이 3가지가 방문진료의 핵심이다.
방문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밝게 웃는 환자의 모습에 더없이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