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질환 및 심장질환(이하 뇌심혈관질환)은 뇌 또는 심장혈관이 막히거나(경색) 터져(출혈)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산재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증하고 있다. 종종 뉴스에서 자주 기사화되는 ‘과로사’가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대표적인 사망산재이다.
뇌심혈관질환은 그동안 건물경비원, 청소노동자 등 근로시간이 긴 고령근로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업무상 질병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업종과 연령을 불문하고 근로시간이 짧더라도 직장 내 스트레스로 등으로 인해 심뇌혈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돼 뇌출혈로 등으로 사망하는 산재 사건이 빈번해지고 있다.
안타깝지만 근무시간에 일을 하다 뇌심혈관질환이 발병하더라도 모두 산재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뇌심혈관질환은 의학적으로 봤을 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같은 기초 질병이 서서히 진행되거나 악화되는 자연경과적 변화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즉 근로자의 기초 건강상태나 기저질환 여부가 뇌심혈관질환의 발병과 주요 상관관계에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산재보험의 무과실책임주의 및 대법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해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부담·가중요인이 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업무상 부담·가중요인’은 무엇일까? 산재 승인여부를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업무시간을 주요 지표로 하되 근무일정, 유해작업환경 노출, 육체적 강도, 정신적 긴장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상황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가 뇌심혈관질환 산재를 여러 차례 대리하면서 느낀 바로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판정기준은 다른 지표들보다는 ‘업무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단에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또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산재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 미만인 경우 산재 승인율은 매우 떨어진다.
물론 업무시간을 업무상 부담요인의 주요한 지표로 삼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최근 노동시장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더 유연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2021년 7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는 주 52시간제가 전면 시행됐다. 대부분 사업장에 법으로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근로자의 업무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해야 산재승인이 유리해진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이같은 행정의 부조화를 문제 삼지 않더라도 ‘업무시간’ 이외의 다양한 업무상 부담요인을 산재승인의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 즉 ▲물리·화학적으로 유해한 작업환경에 노출됐는지 ▲정신적 긴장도가 큰 업무였는지 ▲육체적 강도가 높았는지 ▲동료와의 관계는 어땠는지 등 근로자의 구체적 근로상황에 대해 지금보다 더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뇌심혈관질환은 더 이상 근로시간이 긴 고령자에게만 발생되는 질환이 아니다. 다양한 직종과 다양한 환경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우리 모두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점점 고도화·다각화되는 현대 산업구조의 흐름이 다양한 뇌심혈관질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분석에서 ‘뇌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무상 질환’으로 나타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에게 면밀한 산재판정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