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06년부터 신경외과에 종사하며 시간이 갈수록 필수의료환경이 악화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필수의료종사자들은 밤낮 없는 근무, 높은 소송위험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이뿐 아니라 매우 낮은 수가를 감내해야 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도 필자가 필수의료를 계속 하고자 하는 이유는 필수의료가 ‘의사의 본질’에 비춰봤을 때 매우 가치 있는 일이자 이를 실현하는 것이 나에게 힘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하는 현 시대의 기준으로 봤을 때 필수의료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선택이 된다. 최근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역시 경제적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있다.
적게 일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의료계도 책임은 회피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위험성이 높은 수술보다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을 통해 살릴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살리는 것이 의사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된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의대정원 증원 이슈는 이미 고된 업무에 지쳐 있는 전공의들이 즉각 사직서를 제출하는 기폭제가 됐다. 또 전공의들은 집단사직 사태를 통해 의사의 본질적인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상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단순히 의대생을 더 뽑아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이에 따라 필수의료 종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과연 경제적으로 윤택함을 보장하는 과 선택 경쟁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필수의료를 선택한 젊은 의사들이 고된 환경 속에서 필수의료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까?
같은 이유로 의료종사자들의 헌신과 경험에 대한 존중 없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의대정원 증원과 같은 단기적 해결책을 제시한 정부는 경제적인 가치 추구를 위해 사직 행렬에 동참한 전공의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사실 전공의나 정부 모두 필수의료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부와 전공의 간 날선 비난과 극단적인 대응방식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다.
작금의 사태를 위한 진정한 해결책은 필수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데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목적은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것’ 하나다. 정부·전공의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의료 본질과 사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한 진정한 변화와 발전을 모색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