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인구고령화로 만성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망원인 상위 10개 중 7개가 만성질환이 됐다. 만성질환자 증가는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만성질환자는 1880만명으로 2018년 대비 4.4% 증가했고 진료비도 34조원을 상회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일차의료기관(동네의원)에서 관리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시범사업 참여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고혈압·당뇨병환자 등 만성질환자이며 참여기관은 지역의사회가 20개 이상 의원을 모집해 신청할 수 있으며 2021년 12월 기준 3721개 의원이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범사업 참여도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신규등록환자는 8484명(누적등록환자 45만8225명)에 달했으며 정부는 올해 말 이를 본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은영 만성질환관리실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시범사업 참여환자가 대폭 늘었다”며 “참여환자와 의사들의 만족도가 높아 본 사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본인부담금 등 문제해결 선행돼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 사업시행 전에 ▲본인부담금 인하 및 감면 ▲케어코디네이터 인력충원 ▲수가체계 합리적 개선 ▲원격의료 법제화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추가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이다. 65세 이상 환자는 노인외래정액제로 1500원만 내다가 시범사업참여자로 등록하면 700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
국립중앙의료원 유원섭 일차의료지원센터장은 “65세 이상 환자는 본인부담금 30%가 적용돼 다른 연령대비 본인부담금이 증가한다”며 “본 사업 진행 전 본인부담률 10%를 최소 5%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질환관리의 핵심인력인 ‘케어코디네이터’ 수급도 문제다. 서울대 간호대 윤주영 교수는 “지난해 참여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는 코디네이터를 고용할 생각이 없고 1/3은 간호조무사와 영양사를 선호했다”며 “인건비 자체가 큰 부담인 만큼 시범사업을 활성화하려면 수가개선 등 제도정립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 ‘원격의료’
게다가 원격의료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본 사업에 앞서 의료법 개정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원격의료를 확대, 본 사업에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원격진료는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 후 진행돼야 한다”며 “의료를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한다면 의료계, 특히 개원가는 소위 플랫폼사업자에 종속되고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현상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