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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식의보감] 날카롭게 생긴 ‘조구등’, 경련성질환에 특효
[한동하의 식의보감] 날카롭게 생긴 ‘조구등’, 경련성질환에 특효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24.01.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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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약재 중에는 독특한 생김새가 많다.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조구등이 대표적인 예다. 조구등의 모양을 보면 구부러진 곳을 펴주며 아픈 부위를 도려내 줄 것 같다. 오늘은 조구등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조구등(Uncaria rhynchophylla)은 용담목 꼭두서니과 구등속 화구등 및 기타 동속 근연식물의 가시가 달린 어린 가지를 말한다. 중국이 원산지로 국내에서는 나지 않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조구등(釣鉤藤)은 조등(釣藤)이라고도 한다. <본초강목>에는 ‘낚싯[조(釣)] 바늘[구(鉤)] 같이 굽은 가시가 있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다’고 했다. 조구등은 덩굴식물로 <본초강목>에는 ‘덩굴의 길이는 8~9척 혹은 1~2장이고 크기는 엄지손가락만 하며 속이 비어 있다. 어린아이들이 술독에서 술을 훔쳐 먹을 때 쓰는데 공기를 빨아들이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고 했다. 재밌는 기록이다.

조구등과 비슷한 식물로 캣츠 클로우(cat’s claw)가 있다. 우리말로 하면 바로 ‘고양이 발톱’이다. 이것은 융모구등(絨毛鈎藤)으로 세계에 약 34종이 있으며 안데스산맥의 중부 및 동부의 열대 우림에 분포한다. 고양이 발톱은 ▲항염증 ▲항산화 ▲면역조절 ▲항종양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중국에 서식하는 조구등을 차이니즈 캣츠 클로우(chinese cat’s claw)라고 부른다.

조구등의 맛은 달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이 없다. 이시진은 “처음에는 약간 달다가 나중에는 약간 쓰다. 성질이 평하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은 차거나 평(平)하고 맛은 쓰면서 달다’고 했다.

조구등은 경련성질환에 사용한다. <본초강목>에는 ‘어린아이의 한열(寒熱), 12가지 경간(驚癎)을 치료한다. 어린아이가 놀라 우는 증상, 계종(瘈瘲)으로 열이 나는 증상, 객오(客忤)나 태풍(胎風)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경간(驚癎)은 간질발작의 일종이다. 반면 계종(瘈瘲)은 근육이 뒤틀리면서 나타나는 경련증상을 말한다. 또 객오(客忤)는 어린아이들이 놀라서 갑자기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는 것, 태풍(胎風)은 신생아가 열이 나면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나타나는 증후를 말한다.

조구등은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련에 사용된다. <본초강목>에는 ‘어린아이가 놀라 열이 나는 증상에 조구등, 활석, 감초를 가루로 만들어 먹이거나 갑자기 간질이 생기면 조구등과 구운감초를 달여서 먹인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오로지 소아의 경기로 인한 열을 치료한다’고 했다. 단 조구등은 성인에게도 다용된다.

어린아이들의 경기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포룡환(抱龍丸)이 있다. 포룡환에는 우담남성, 천축황, 웅황, 주사, 사향 등이 들어간다. 이때 천축황이 없으면 조구등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조구등이 그만큼 경련 억제효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포룡환에 우황이 들어가면 우황포룡환이라고 한다.

조구등은 부인들의 근육경련으로 인한 계종(瘈瘲)을 치료한다. <교주부인양방>에는 부인 근맥계종(筋脈瘈瘲)에 대한 치료법으로 ‘계(瘈)는 간경의 풍열로 피가 마르거나 간화가 함부로 동요해 혈이 손상된 것이며 종(瘲)은 간경이 혈기가 부족하거나 간화로 땀이 많이 나고 혈이 손상된 것으로 손발이 늘어졌다 오그라들었다 하며 당기고 경련이 일어나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변증에 따라 각각의 처방에 조구등과 치자를 가미해서 처방한다고 했다.

계종(瘈瘲)은 근육이 오그라들거나 펴지며 떨림이 멈추지 않는 증상으로 뇌염, 전간(癲癎), 간성뇌병(肝性腦病), 요독증(尿毒症), 파상풍(破傷風), 약물중독(藥物中毒) 등의 질환에서 볼 수 있는 병증이다.

조구등은 말초성어지럼증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어른의 머리와 눈이 빙빙 돌고 어지러운 증상을 치료하고 간풍(肝風)을 평정하며 심열(心熱)을 제거한다’고 했다. 이시진은 ‘경간(驚癎)이나 현훈은 모두 간풍(肝風)과 상화(相火)의 병이다. 조구등은 간목(肝木)에서 심포락(心包絡)으로 통해 풍(風)을 고요하게 하고 화(火)를 식히니 여러 증상이 저절로 제거된다’고 했다.

어지럼증 중에서도 ‘눈앞이 돈다’ 또는 ‘천장이 돈다’ ‘땅이 올라온다’ 등으로 표현되는 말초성어지럼증이다. 이석증에 의한 어지럼증도 땅이 빙글빙글 돈다고 표현한다. 참고로 중풍에 의한 어지럼증은 비회전성 어지럼증이다.

조구등은 억간산(抑肝散)에 들어간다. <경악전서>에는 ‘억간산은 간경허열(肝經虛熱)로 인한 경련발작이나 발열, 이를 악무는 것, 혹은 경계, 한열(寒熱)과 목(木)의 기운이 토(土)를 승해 생긴 구토, 담연(痰涎), 복창, 소식, 수면불안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억간산은 소아청소년의 경련, 뇌전증(간질), 야제증, ADHD, 틱장애에 처방된다. 성인의 경우는 불안신경증, 불면증, 갱년기장애 등에 사용된다. 또 치매나 파킨슨병, 안면경련, 하지불안증후군 등의 근육질환에도 다용된다.

조구등은 진정작용, 항경련작용, 평활근이완작용 등의 약리작용이 있으며 고혈압, 우울증, 불면증에도 활용된다. 조구등의 성분으로는 린코필린과 코리녹세인을 비롯한 수종의 옥신돌계의 알칼로이드와 인돌계의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카데킨과 함께 혈압강하 또는 혈관확장 작용에 관여한다. 또 뇌신경 보호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된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응집을 동시에 억제하고 응집체를 분해해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함으로써 알츠하이머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탕약에 조구등을 넣을 때는 후첨하는 것이 좋다. 조구등은 20분 이상 달이면 항고혈압 등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휘발성 성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조구등을 뺀 상태에서 전탕을 완료한 후 마지막 10~20분 전에 조구등을 넣어서 달이는 것이 좋다.

조구등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약재지만 활용가치가 높고 다양한 경련성질환을 치료하는 전문한약재이다. 어쩔 수 없이 조구등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한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갈고리 가시가 달린 조구등은 당신의 고질적인 질병을 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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