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찬의 건강 피부비책’ 칼럼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지난해 봄을 시작으로 1년여 넘게 이어진 건강 피부비책 칼럼은 일반적인 피부건강상식뿐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전문적인 치료방법에 대한 이야기들로 독자 여러분에게 흥미로움을 선사했습니다. 그간 애써주신 전혜찬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봄. 코로나 관련 피부질환으로 시작했던 칼럼이 어느덧 1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반응이 좋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 독자들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특히 이번 칼럼을 통해 각종 피부과 논문과 교과서 등의 근거와 더불어 피부과전문의로서 필자의 경험을 버무려 최대한 다양한 지식을 전하고자 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가급적 빼고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영역 위주로 다루다 보니 특정 분야를 좀 더 깊이 알아보는 데 집중된 것 같기도 하다.
칼럼이 일단락되는 시점에서 잡은 주제는 피부과의사로서 생각하는 화장품. 사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만큼 제조할 때부터 피부건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피부과의사들이 직접 화장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과거보다 많아졌다.
일단 화장품의 사전적 의미는 ‘인체를 청결·미화해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 또는 모발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인체에 사용되는 물품으로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을 말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중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와는 별개로 화장품을 바라본다. 이 화장품은 어디에 쓰는 건지 혹은 어디에 좋은지, 무엇을 해결해주는지 등 마치 약처럼 느끼는 경우도 많다.
화장품은 약일까? 아니다. 약 같은 화장품을 바라는 고객 요구에 맞춰서 약처럼 광고될 뿐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약과 도포제는 아플 때만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즉 일시적으로 노출돼서 사실 방부제 등 몸에 해로운 성분들은 경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화장품은 효과를 내는 성분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방부제성분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하는 데 집중돼 있다. 화장품은 매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고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바로 여기에 피부과의사들이 화장품을 대하는 포인트가 있다.
피부과의사에게 화장품이란 마치 밥과 같다. 약처럼 특별하게 한 번 먹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노출되고 있으며 늘 가까이 있어 문제를 일으켜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오래 사용한 후에야 비로소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되기도 한다.
한국인에겐 건강한 밥이 필요한 것처럼 건강한 화장품의 요건은 무엇일까.
유효성분이 아주 많이 든 화장품보다는 간단한 성분으로 구성된 화장품이 더 낫다. 과민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체 성분이 늘어날수록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더 크다. 알레르기 보고가 극히 적어 아주 안전한 물질이라 생각돼도 그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100%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여러 화장품을 겹쳐서 바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접근할 수 있다. 전체 성분이 증가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어떻게든 높아진다.
건강한 화장품에 대한 갈증이 심한 시기, 필자는 피부과학을 공부하던 선생님들과 함께 화장품 회사 두노함을 만들었다. 진료만 하며 살기에는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뭔가 우리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던 젊은 피부과 의사들이 만든 회사다. 두노함은 ‘DO NO HARM’이라는 악행금지 원칙에서 따온 이름이다. 최근에는 이공계 박사님들을 영입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 매일 먹는 밥처럼 우리가 매일 바르는 화장품도 건강해야 한다. 앞으로는 두노함의 일원들과 함께 건강한 화장품을 만드는 데도 힘써볼 생각이다. 지난 1년여간 필자의 칼럼을 ‘열독’해준 많은 헬스경향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전혜찬의 피부 건강비책’ 칼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