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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뚱뚱하면 ‘만성기관지염’ 빼빼하면 ‘폐기종’…체형 따라 다른 폐질환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뚱뚱하면 ‘만성기관지염’ 빼빼하면 ‘폐기종’…체형 따라 다른 폐질환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email protected])
  • 승인 2020.12.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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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폐질환의 종류는 무척 많다. 가장 흔한 감기에서부터 폐렴, 기관지염, 천식, 만성폐색성폐질환, 폐암 등이 쉽게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만성폐색성폐질환자들이 늘고 있다. 과거만 해도 만성폐색성폐질환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했지만 요즘은 이 질환을 치료한다는 광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만성폐색성폐질환은 보통 ‘COPD’라고 한다. Chronic Obstruction Pulmonary Disease의 약어다. 이름을 보면 어떤 질환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한마디로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면서 폐기관지가 막히는 것이다. 당연히 기관지가 좁아지면서 막히기 때문에 공기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숨이 찬다. 기관지의 염증성 변화 때문에 기침, 가래도 많다.

만성폐색성폐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7위다. 40대 성인은 유병률이 13.3% 정도로 8명 중 1명꼴로 발생하며 70대 이상은 48.5%에 해당한다. 최근 황사나 미세먼지, 자동차 대기오염 때문에도 많이 늘고 있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흡연으로 환자의 70~80% 정도가 지나친 흡연과 관련돼 있다.

만성폐색성폐질환은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천식이나 기관지확장증 환자까지 모두 포함해서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으로 대변된다.

만성기관지염은 한마디로 기관지점막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유발되면서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기침과 가래가 심하고 숨이 찬다. 폐기종은 허파꽈리가 약해지고 터지면서 작은 공동을 형성하고 급기야 가장 외벽이 터지면서 발생한다. 이것을 기흉이라고 한다. 폐기종은 폐포가 공기의 흡입에 따라서 제대로 확장·수축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기침과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기흉까지 유발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수술적 처치를 요하기도 한다.

왼쪽부터 폐기종환자와 만성기관지염환자의 모습(출처 CIBA 의학서적).
왼쪽부터 폐기종환자와 만성기관지염환자의 모습(출처 CIBA 의학서적).

그런데 특이하게도 만성기관지염은 비만하고 뚱뚱한 경우에 많고 폐기종은 마른 경우에 많다. 만성기관지염환자 중에는 비만한 태음인 체형이 많다. 개그맨 김준현 씨가 방송에서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급하게 말할 때 보면 숨차하면서 쌕쌕거리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망진(望診)과 청진(聽診)으로 판단컨대 전형적인 만성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모습이다. 사실 김준현 씨가 해당 질환을 앓고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향후 만성기관지염이 진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흡연 중이라면 더욱 가능성이 높아지겠다.

김준현 씨와 같은 태음인은 폐소간대(肺小肝大)한 체질로 심폐기능이 약하다. 따라서 만성적 폐질환과 함께 심혈관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비만해질수록 이들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어떻게든지 살이 조금이라도 빠지는 쪽으로 식이, 운동, 생활습관을 조절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체내의 염증반응의 조절능력이 개선될 것이다.

반면 폐기종은 마른 체형의 소음인형에게 자주 발병한다. 김국진 씨처럼 마른체형이 대표적이다. 소음인은 비소신대(脾小腎大)한 체질로 소화기와 함께 사상체질 중에 기력이 가장 약한 편에 속한다. 과거 모 방송에서 김국진 씨는 폐기종을 진단받은 적이 있다. 김국진 씨는 체형도 지나치게 마른 데다 흡연도 했기 때문에 폐기종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폐기종환자들은 허파꽈리가 파괴되면서 기흉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폐기종 없이 자연기흉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마른 체형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에서 흔하다. 이들은 흡연하지 않는데도 기흉의 재발이 잦다. 자연기흉으로 내원한 청년기 환자들을 보면 얼굴은 파리하고 몸은 말랐으며 기운이 없어 보인다. 식욕도 없어서 잘 먹지도 않는다.

폐기종 악화와 기흉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너무 마른 경우 살을 찌우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살을 찌운다는 개념은 피하지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서 정상 체중에 도달하면서 폐의 실질조직인 상피세포와 폐간질 조직을 보다 더 튼튼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 두 질환은 체형뿐 아니라 심각하게 진행된 경우 안색에도 차이가 있다. 이들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안색을 물고기색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만성기관지염은 ‘푸른색 훈제청어(blue bloater)’, 폐기종은 ‘분홍색 복어(pink puffer)’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만성기관지염환자는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고 산소농도는 낮기 때문에 얼굴빛이 청어처럼 푸르스름한 색을 띤다. 그냥 청어(herring)라고 하지 않고 하필 훈제청어(bloater)에 비유한 것을 보면 축 처진 모습이 활기차 보이지 않아서일 것이다. 사실 만성기관지염환자는 갑자기 실신하기도 한다.

폐기종환자는 초기에는 과호흡을 해서 혈중 산소농도는 정상이기 때문에 안색은 붉은 핑크빛을 띤다. 하지만 진행되면 환기장애로 결국 산소치료가 필요하다. 폐기종을 복어에 비유한 이유도 ‘호기’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즉 폐기종환자들은 호흡할 때 아랫입술을 윗입술에 겹쳐서 압력을 유지하며 서서히 내뱉어야하기 때문에 공기가 가득 찬 볼이 마치 복어의 배처럼 볼록해 보이는 것이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특정 질환에 노출이 잘 되는 체형이 있다. 또 항상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떤 특이 증상은 특정 질환의 독특하거나 유일한 증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외견상 드러나는 모습을 보다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TV에서 쌕쌕거리는 김준현 씨를 볼 때마다 만성기관지염이 떠오른다. 또 김국진 씨를 볼 때마다 폐기종이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너무 뚱뚱해도 너무 말라도 문제다. 김준현 씨가 살이 빠진다면 김국진 씨가 살이 찐다면 이들은 보다 건강해질 것이다. 살찌는 체질, 마른 체질, 특정 질환에 잘 걸리는 체질. 사람마다 체질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체질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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