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은 오해를 많이 받는 약이다. 예를 들어 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임신이 어렵다거나 암발병률을 높인다는 등의 편견이 있는데 이는 모두 잘못된 얘기다.
먹는 피임약은 1960년대에 개발된 이래 50여년에 걸쳐 안전성을 인정받아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단 종류에 따라 부작용이 다를 수 있어 어떤 약을 복용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사전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함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을 끈끈하게 해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기 어렵게 하는 원리다.
개발 초기에는 호르몬함량이 높아 메스꺼움, 두통, 유방통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피임효과가 동등하면서도 호르몬함량을 낮춘 약들이 나와 부작용이 많이 감소했다.
피임약은 함유된 프로게스테론의 종류에 따라 세대가 구분된다. ‘레보노르게스트렐’이 포함되면 2세대, ‘게스토텐’ ‘데소게스트렐’은 3세대, ‘드로스피레논’은 4세대다.
2세대 피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여드름, 다모증 등을 개선한 것이 3, 4세대 제품이다. 3, 4세대의 단점은 혈전위험성이다. 간혹 피임약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도 혈전 때문이다.
특히 4세대 피임약은 체중조절과 여드름개선효과가 있는 반면 혈전위험이 2세대 피임약에 비해 최대 3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따라서 4세대 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돼 의사처방을 받아야만 복용할 수 있다.
사전피임약이 예방의 개념이라면 성관계 후 복용하는 응급(사후)피임약도 있다. 응급피임약은 수정 후 6일째 착상되기 전 고용량호르몬을 복용해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는 방법이다.
실제 약국에서 구입하는 사전피임약에 비해 응급피임약의 프로게스테론함량은 무려 10배나 높다. 자연히 부작용도 생길 수밖에 없다. 보통의 경우 오심·구토 및 두통과 부정출혈이 발생하며 복용 후 48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 때문에 응급피임약 역시 의사처방을 통해 복용할 수 있다.
또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없다. 12~24시간 내 복용해야 피임성공률이 95%까지 높아진다.
먹는 피임약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피임약들이 있다. 질좌제피임약은 성관계 10분~1시간 전 여성의 질 안에 삽입하면 된다. 호르몬이 함유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 단 정상체위에서의 피임성공률은 높지만 다른 체위로 성관계를 할 경우 약이 흘러내려 성공률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장기간 피임이 가능한 주사제도 나왔다. 1회 투약으로 3개월간 피임이 가능해 매일 복용하는 사전피임약에 비해 편의성에서 돋보인다.
이처럼 특성에 따른 부작용과 사용법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피임약을 찾아 복용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와의 상담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