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부족관절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만성통증, 활동제한, 합병증 위험, 치료의 어려움, 재발가능성 등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최근 족부족관절질환 합병증으로 인한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합병증은 한 가지 관점으로만 봐서는 치료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격주 월요일마다 <이영구 교수의 족부질환 탐구생활> 칼럼을 통해 족부족관절질환의 정의부터 역학, 다양한 증례까지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영구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정형외과)는 대한당뇨발학회 학술위원장, 대한족부족관절학회 평의원, 대한창상학회 상임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족부건강관리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떠한 이유로든 당뇨가 오래되면 발가락이 괴사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진다. 이전 기고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당뇨가 오래되면 혈당이 상승한 상태 역시 오래됐다는 뜻이기 때문에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이기 쉬워진다. 따라서 당뇨환자는 당 수치를 어느 정도 낮추고 수치를 유지시키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혈관 내에 노폐물이 쌓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려면 당 수치를 낮춰야 한다. 보통 당뇨환자는 당화혈색소(HgA1C) 수치를 최대 6.5%까지 낮출 것을 권고한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 가장 작은 혈관부터 막히고 발가락의 혈관이 맨 먼저 악화되기 때문에 발가락부터 괴사가 일어난다. 환자들이 병원을 왔을 때 발가락 괴사가 보이면 전염되기 전 빨리 잘라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당뇨가 오래된 환자들도 고혈당으로 인해 괴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감염이 심한 환자의 경우 감염으로 인한 찌꺼기 때문에 작은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경우도 있고 발가락이 아니라 발등이나 발뒤꿈치 같은 곳에서는 지속적인 압력에 의해 피부가 괴사되는 경우도 있어 괴사의 원인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혈관이 나빠서 괴사가 일어나는 현상을 괴저(gangrene)라고 하는데 괴저는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해야 한다.
찌꺼기에 의한 괴저는 감염을 줄이는 변연절제술이나 항생제를 소용해 괴저를 최소화한다. 지속적인 압력에 의한 괴저는 압력을 줄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전형적인 당뇨병성 혈관병증이자 하지혈관이 전체적으로 좁아진 경우는 우선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이용한 혈관조영술로 전체적인 혈관상태를 파악하거나 다양한 혈관상태를 파악하는 검사를 시행한다.
만일 혈관이 좁아졌다면 혈관을 넓혀주는 치료를 시행한다. 이 경우 대부분은 혈관을 늘리고 혈류를 돕는 ‘Prostaglandin E1’ 약물을 투여하고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혈관성형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혈관에 산소를 효과적으로 공급하는 고압산소요법이 치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국소산소요법을 일부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가락에 괴사가 일어났다면 우선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에 알맞은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발이 자꾸 썩어 가는데 빨리 잘라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보통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괴저는 상태에 따라 습성괴저와 건성괴저로 나뉘는데 염증과 감염의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혈관의 이상에 의해 괴저가 일어났지만 감염이나 염증의 상태가 거의 없는 경우를 보통 건성괴저라고 한다. 이 경우 이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한다. 경과만 관찰해 상당히 걱정하는 환자도 있지만 나중에 괴저된 부분의 직전 부위부터 살이 차오르면서 괴저된 부분만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괴저된 부분을 잘라내면 잘라낸 부분부터 추가적인 괴사가 일어날 수 있어 가능하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권한다.
하지만 습성괴저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보통 습성괴저라 하면 괴저가 된 부위와 주변 부위에 염증이나 감염이 심해서 진물이 나온다거나 괴저가 추가로 진행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감염과 염증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감염과 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괴저 부분을 절단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 환자에게 발을 살리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절단을 시행한다. 절단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염증과 감염을 줄이기 위해 괴사된 부분을 제거하는 변연절제술이란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절단하면 절단된 상부는 괴사가 추가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 조금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하지만 습성괴저 치료의 기본은 변연절제술과 감염을 줄이는 시술을 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생명의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결과와 예후가 좋아진다.
이러한 경우가 저자에게 당뇨발 치료 시 가장 어려운 사례 중 하나이다. 이때부터는 장시간 집중해 치료를 해야 하며 발목 위까지 절단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