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를 제거한 후 이른바 ‘쓸개 빠진 사람’이라고 놀림받는 것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재밌는 점은 강아지도 쓸개 제거 후 이전과 같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 이는 곧 강아지도 쓸개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쓸개는 담낭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데 담낭을 제거해야 할 위급상황을 만드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담남점액종이다.
담낭점액종은 담낭 안에 끈끈한 점액질의 슬러지가 쌓이는 질환이다. 간 하단에 위치한 담낭은 간에서 생성하는 담즙을 저장하는 장소적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음식물을 섭취하면 지방의 소화를 위해 저장해둔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내보낸다. 그런데 묽은 액체의 형태를 지닌 담즙에 점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담즙이 담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두껍고 끈끈한 점액들이 생성되면 폐색을 일으킬 수 있고 폐색은 곧 담낭확장으로 이어진다. 담낭의 팽창은 다시 파열을 초래하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칠수록 상당히 위험한 질환이다.
담낭점액종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호자가 발견하기 무척 어렵다. 증상이 있더라도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심각성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질환이 진행될수록 구토, 설사, 복통, 황달이 나타날 수 있고 팽창한 담낭이 파열되면 담즙성 복막염과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중년 이상의 강아지, 쿠싱병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이런 질환을 앓는 강아지는 담낭점액종 발생에 취약)에 걸린 강아지를 반려하는 보호자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담낭점액종 예방법은 따로 없지만 초음파로 진단이 가능하다. 담낭점액종 진단을 받았다면 대부분 담낭절제술을 추천받는데 담낭이 파열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면 내과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담낭절제술을 추천받은 보호자들은 당연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담즙을 저장해두는 장소가 없어지는 것뿐 십이지장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염려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단 소화능력이 조금 떨어질 수 있어 고지방식과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실 담낭슬러지는 노령 강아지들에게 흔히 발생해 반려견에게 슬러지가 있다는 말을 듣더라도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슬러지가 얼마나 많이 생산되는지, 염증을 동반하지는 않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일 다량의 슬러지를 발견했다면 원인을 찾아낸 후 그에 맞는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기존에 앓고 있는 질환이 따로 없는 경우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식단관리를 하면 좋다.
앞서 언급한 황달증상은 노란색 담즙색소를 지닌 빌리루빈이라는 성분이 몸에 축적되면서 나타난다. 담낭점액종 외에도 적혈구가 지나치게 파괴됐거나 간손상으로도 황달이 생길 수 있다. 황달은 원인과 관계없이 분명한 이상증상이기 때문에 즉시 원인을 찾은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주로 털이 없는 부위(흰자위, 귀, 배)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평소 반려견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