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고했던 뇌수막염에 이어 오늘은 ‘뇌수두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뇌수두증은 선천성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치와와, 포메라니안, 몰티즈 등 두상이 동그란 어린 연령의 소형견에게 취약한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소형견을 반려하고 있는 보호자들은 이 글을 통해 한 번쯤 뇌수두증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뇌수두증이란 뇌척수액이 지나치게 축적되는 뇌질환이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순환하는 액체로 단백질과 분자, 이온 등 다양한 영양분을 이동시키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한다. 뇌척수액은 일정량 생산·흡수되는 일을 반복하는데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거나 과하게 생성될 때 뇌척수액이 축적된다. 이에 뇌척수액이 자리하고 있는 뇌실은 팽창한다. 정수리를 기준으로 정중앙에 위치한 뇌실이 부풀어 올라 주변 뇌조직을 압박하면 뇌수두증으로 정의한다.
뇌압으로 발현되는 신경증상들은 압박부위에 따라 양상이 다양한데 공통으로 관찰되는 증상은 경련과 발작이다. 이밖에 침흘림, 보행이상, 같은 곳을 빙빙 맴도는 모습이 관찰될 수 있다. 만일 안구 쪽에 이상이 있다면 시력저하와 사시 또는 안구돌출이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뇌수두증은 두경부접합부의 형성장애나 발달장애, 유전적 소인, 자궁 내 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그렇다 고 해서 뇌수두증이 꼭 선천성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종양이나 염증, 뇌실내출혈이 뇌척수액의 흐름을 방해하면서 후천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뇌수두증이 의심돼 동물병원에 가면 영상검사를 받는다. 특히 MRI는 해당 강아지의 뇌척수액이 얼마나 축적됐는지 정도와 어떤 부위에 압박을 받는지 등 구체적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어 향후 치료과정에서 중요하다.
치료과정은 내과치료와 외과치료로 나뉜다. 내과치료는 급성으로 증상이 발현했거나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주로 추천된다. 내과치료를 시작할 때는 약 장기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증상개선 기미가 없거나 되려 악화할 때는 뇌와 복강을 연결하는 관을 만들어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보내는 수술을 시행한다.
반려견의 이상 증상을 가법게 넘기거나 또는 눈치채지 못했다 갑작스런 반려견의 발작으로 인해 급히 병원에 오는 보호자들이 있다. 뒤늦게 뇌수두증치료를 시작할 때는 이미 불량한 예후가 예고된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이상증상을 보인다거나 문제행동을 할 때는 여러 경우의 수를 염려하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수의사는 뇌수두증에 걸린 강아지를 진단할 때 강아지의 상태와 질병 진행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뒤 치료법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