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동일한 위험에 처해 있는 자들이 법적 위험공동체를 구성하고 일정규모의 기금을 마련해 실제로 사고를 당한 자에게 원상회복에 필요한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사회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다. 실제로 우리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생명보험, 화재보험, 상해보험 등 사회생활에 일어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또는 다양한 이유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중 실손의료보험은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 시 보험가입자에게 발생한 실제의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본인부담금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비급여를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까지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지급받을 수 있을까.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A씨는 입원치료를 받은 뒤 B보험사에 입원치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B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병원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에 보상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A씨는 B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B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보험증권상 보상내역 및 특별약관에는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입원실료 등 비용 전액(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말함)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비용 전액에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대해 원심에서는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위 약관내용은 고객인 A가 지출한 의료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가 지출한 의료비 전액에 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해석은 원심과 달랐다(대법원 2024. 1. 25. 선고 2023다283913 판결).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본인부담금상한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본인이 연간 부담하는 비용의 총액의 한도를 정하고 있다.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은 공단이 부담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피보험자(A씨)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이 된다.
실손의료보험은 손해보험의 일종으로 보험사고로 인해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위 특약은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입원치료를 받음으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로서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보상대상으로 삼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증권의 보상내역과 특별약관 문언의 내용과 의미, 본인부담금 상한제에 관한 국민건강보험법령의 규정내용, 이 사건 특약이 담보하는 보험목적의 성질 등을 고려하면 위 약관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이 사건 특약의 보상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이 되기 때문에 위 약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부분은 위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나 요양급여 중 피보험자가 부담하지 않는 부분은 위 특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약관내용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경우는 그 약관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경우이다. 그런데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또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이고 획일적으로 해석한 결과 약관조항이 일의적으로 해석된다면 약관조항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18다279217 판결).
이 사건 약관상 비용 전액은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과 비급여 부분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양급여 중 본인부담분을 초과한 금액은 최종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기 때문에 피보험자에게는 발생한 손해가 없다. 만일 원심과 같이 본인부담분을 초과하는 금액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면 이는 오히려 피보험자가 보험의 목적을 벗어난 부당한 이득을 얻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최근 선고된 위 대법원의 판결은 위와 같은 보험의 목적으로 확인하고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지급대상인지 여부에 관한 엇갈린 하급심 판단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