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범죄도 있기 마련이다. 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사들의 범죄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나 강력범죄가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의사의 범죄율은 19세 이상 전체국민(의사 제외)의 범죄율보다 낮기는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의사들이 의료행위를 가장해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도 환자를 마취한 후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대부분의 전문직과 관련된 법률, 예컨대 변호사법, 법무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변리사법,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에서는 형사처벌을 받으면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결격사유로 삼고 있다.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면허가 취소된다. 국가는 전문직에 그 전문영역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면서 반대급부로 전문직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의무를 부과해 전문영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공공의 이익을 최대화할 목적으로 결격사유를 규정한다.
그런데 개정전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결격사유와 관련해 의료법 위반, 형법상 허위진단서등의 작성, 위조사문서등의 행사, 낙태, 업무상비밀누설,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이는 사기행위 등의 범죄로 한정했다. 일반 형사범죄의 경우 면허에 영향이 없었다. 극단적인 예로 의사가 고의로 사람을 살해한 경우라도 면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의사가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 해당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손상돼 이는 곧바로 의료인 전체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켜 공공의 이익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의무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의사의 범죄행위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해 2023. 5. 19. 의료법 제8조를 개정해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결격사유를 일정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로 확대했다. 단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 그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것으로 예외규정을 뒀다.
위 개정 의료법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위 개정법이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범죄행위까지 결격사유로 삼고 이에 따라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한다. 위 개정법에 대해 대한치과의사협회는 2023. 11. 23. 헌법재판소에 직업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필자의 견해로는 개정 의료법에서 일반 형사 범죄로 처벌되는 경우까지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것을 두고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먼저 개정 의료법은 면허취소사유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예외로 규정해 의료행위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면허에 영향이 없도록 해 의료행위가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했다.
나아가 재판과정에서 구체적인 범죄의 정황 및 죄질 등에 따라 형량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양형과정에서 그 범죄의 종류, 정황, 죄질, 피해의 정도뿐 아니라 의사의 면허취소여부도 고려될 수 있다. 즉 법원의 재판작용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규제가 지나치다고 보기는 힘들다.
의료인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매우 중요한 전문직이다. 의료인이 되는 자격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면서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인에게만 독점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필수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인을 신뢰할 수 있어야 그에게 해당 의료행위를 맡길 수 있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즉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적·도덕적 의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가 의사에게 거는 기대가 지나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