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수의사이자 반려동물 보호자다. 유기견으로 동물병원에 오게 된 두 마리 강아지를 키우는 중이었는데 최근 몰티즈 친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이제 16살 포메라니안만 남게 됐다.
이 포메라니안은 품종 특성상 다른 포메라니안 노령견과 마찬가지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퇴행성관절염, 만성췌장염, 단두종증후군으로 인한 호흡곤란, 종양, 인지장애증후군 등이며 그중 최근 심하게 문제되는 것이 인지장애증후군이다. 여러 만성질환을 접하며 진단하고 보호자의 입장에서 치료하다 보니 그로 인한 소중한 경험과 보호자로서 아픔을 공유하게 되는 때가 많았다.
인지장애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치매를 일컫는 말이다. 뇌신경조직의 퇴행성변화가 진행되면서 판단·운동·감각능력의 점진적손상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뇌신경조직의 노화와 염증상태의 반복 등이라고 알려졌다.
인지기능장애의 증상은 다양하다. ▲성격변화(예민해짐, 짜증을 많이 냄, 사나워짐 등) ▲배뇨·배변습관의 변화 ▲수면패턴 변화 ▲뱅뱅 돌면서 걷기 ▲출구를 못 찾고 헤매기 ▲청력감소 등이다.
인지장애증후군을 진단하려면 증상에 대해 문진하거나 자기공명영상(MRI)검사 등을 시행한다. 현장에서는 주로 문진에 의한 진단이 통용된다.
인지기능장애는 7~8세부터 또는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주치의에게 정기검진을 받으면서 진행여부를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6개월~1년에 1회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점수를 매기고 이 누적치가 오랫동안 쌓이면 진행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뇌신경질환(뇌수막염·뇌종양·뇌출혈·뇌부종 등)과 비교할 때 뚜렷한 차이점은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인지기능장애를 조기발견했을 때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지기능장애 관련 보조제를 꾸준히 투약하고 운동과 산책 등 야외활동을 자주 시키는 것이다. 또 반려동물과 지속적인 교감활동(장난감 놀이)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치료약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보조제나 치료제를 투약했을 때 뚜렷한 진행지연과 증상경감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의 반려견에게도 효과가 확연히 나타나 다른 반려견과 보호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고 치료효과도 좋은 편이다.
인지기능장애 증상 중 밤에 못 자고 소리를 지르고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는 것은 수면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노령동물 삶의 질을 극히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돌봐주는 보호자 삶의 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주치의에게 문의해 안정적인 수면을 돕는 약을 처방받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질병을 이겨내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