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무단 이탈한 것.
무단이탈한 2명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15일 숙소에서 나간 뒤 연락두절 상태이다. 당국은 10월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이탈 신고를 거쳐 불법체류자로 이들의 신분을 분류할 예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9월 3일 100명이 142가정에서 일을 했지만 한 달 사이에 24가정이 서비스 중도 취소를 했다. 또 51가정이 서비스를 신규 신청해 매칭됐다. 주요 취소 사유는 변심, 시간 조정의 어려움 등이었다. 시범사업이 초창기부터 삐걱거리면서 목표로 했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애초 정부는 하반기 서울 지역에 100명 규모로 도입될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고 성과 평가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 규모를 1200명으로 늘려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범사업은 삐걱거렸다. 8월 6일 입국한 100명의 가사관리사들은 4주간 160시간의 특화교육을 받았지만 교육수당이 지급되지 않은 것.
또 정부는 애당초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외국인 여성을 고용해 가사 및 육아 업무에 투입하면 출산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용가정에서 지불하는 금액은 238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절반에 가깝다. 실제로 가사관리사를 고용하기로 계약한 142가정 중 부유층이 거주하는 서초·강남·송파·강동구 총 66가정이 46.5%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적용해 이용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현재 법의 틀 안에선 외국인 가사관리사에만 임금을 낮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저임금법에도 국적에 따른 차등 지급 규정은 없기 때문. 오후 10시로 정해진 숙소 통금시간, 시간제 서비스에 따른 근무 불안정성 등도 본사업 시행 전에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외국 인력’을 지렛대 삼아 돌봄서비스분야의 비공식 시장을 확대하려고 이번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비판하며 전면 재조정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졸속으로 추진된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며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고 파트타임으로 일할 경우 주40시간 근무가 확보되지 않아 약속된 수준의 급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한 만큼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