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은 허리 아래의 엉덩이뼈를 의미하며 방광, 자궁, 직장 등 생식기계, 하부요로 및 배변기관이 내부에 위치한 중요한 장기이다. 골반을 의미하는 영어 pelvis의 라틴어 어원은 물동이라는 뜻을 가졌는데 바로 골반 모양에 따라 만들어진 단어이다.
여성의 골반 형태와 크기는 출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자세와 걸음걸이에 영향을 끼친다. 엉덩이 선과 허벅지와 연결되면서 S라인을 구성해 미적평가의 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골반통이나 골반염 등 골반 관련 질환은 주로 여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골반 내 위치한 자궁, 난소, 나팔관 질병으로 인해 여러 불편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골반을 갖고 있지만 여성과는 달리 자궁과 난소가 없고 전립선이 골반 내 장기에 속한다. 여성의 난소에 해당하는 고환은 기능적인 특성상 열을 발산하기 위해 음낭에 담겨 몸 밖에 달려 있다. 정자를 전달하는 정관과 정액 성분을 생성하는 정낭으로 구성돼 방광 뒤쪽 골반 내 위치하고 있다.
여성만 있다고 알려진 골반통 역시 남성에게도 발생한다. 만성전립선염으로 알려진 ‘만성골반통증후군’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남성환자들에게 만성골반통이라고 얘기하면 의아해한다.
여성의 골반통은 대부분 자궁과 관련 있지만 남성 골반통의 중심에는 전립선이 있다. 비뇨기과질환 중 요도가 짧은 여성에게 방광염이 흔하듯이 만성전립선염은 현대사회를 사는 남성 절반이 평생 한 번은 겪을 정도로 숙명적인 병이다. 하지만 아직 발생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쉽게 치유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끼친다.
방광에 침입한 세균에 의해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방광염과 마찬가지로 만성전립선염도 의학적 분류로는 감염질환에 속한다. 만성전립선염의 5% 정도에서 세균이 검출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세균을 발견하지 못하는 비세균성 질환이다. 하지만 만성염증 증상을 보인다. 또 대표증상이 다양한 형태의 골반통증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용어로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고 한다.
골반 장기의 염증이나 질환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골반통의 위험요인으로는 나이, 교육, 직업, 여가활동, 성생활, 배변·배뇨습관, 음주, 흡연, 스트레스 등이 있다. 골반통의 형태는 못 견딜 정도로 심한 경우에서 단순히 불쾌한 느낌 정도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발생시간도 몇 분에서 수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발생 부위는 아랫배, 외음부, 회음부, 항문 주변, 꼬리뼈 근처 등 여러 부위에서 다발적으로 옮겨가며 나타난다.
만성골반통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생식 및 소변건강과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물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묘수나 직방으로 듣는 특효약이 없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3개월 이상의 약물요법, 물리치료가 필요하다.
사족. 그렇다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들은 여성 형태의 요도를 갖고 있어 방광염이 잘 걸릴까? 아니면 전립선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어 전립선질환에 잘 걸릴까?
여성으로 전환된 트랜스젠더들은 여성호르몬을 보충하고 있어 전립선이 위축된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이나 만성전립선염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자궁이 없어 여성형 골반통의 발생빈도도 낮다. 또 남성형 요도괄약근과 전립선이 존재해 아무래도 여성보단 방광염에 덜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소변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