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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식의보감] 전혀 다른 ‘마가목 vs 정공등’…효능도 달라요

2023-11-06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한동하

얼마 전 강원도 여행 중 마가목 열매로 만든 막걸리를 마셔본 적이 있다. 또 발왕산에 올라서 마가목이 자생하는 것을 봤다. 열매는 모두 떨어졌지만 ‘마가목이 이렇게 생겼네’라고 생각했다. 흔히들 마가목을 정공등(丁公藤)이라고 하면서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류다. 정공등과 마가목은 전혀 다른 식물이기 때문이다.

마가목(Sorbus commixta)은 장미목 장미과 마가목속 마가목종의 낙엽교목이다. 우리나라 강원도 이남에 자생한다. 해발 500~1200m의 산지에서 잘 자라며 중국과 일본에도 분포돼 있다.

정공등(Erycibe obtusifolia Benth)은 메꽃과 덩굴식물이다. 정공등은 중국 남부지역인 광동, 광서, 운남 등에서 분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정공등은 자생하지 않는다. 국내에도 정공등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있지만 실험에 사용된 재료를 중국에서 들여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가목이란 명칭은 모두 국내 서적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丁公藤’ 옆에 ‘마가목’이란 한글표기가 붙어 있다. 하지만 정공등은 일단 마가목이 아니다.

마가목에는 여러 한자 이름이 있다. 우선 마가목(馬價木)이다. 한자의 뜻을 보면 ‘말의 값어치를 대신한 포목(布木)’이라는 의미다. 포목은 실제로 나무가 아니라 세금을 대신해서 내는 베와 무명을 말한다. 하지만 과거 마가목이 말을 대신할 정도의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마가목으로 지팡이를 많이 만들었다. 마가목이 튼튼하기도 하지만 요통을 치료하고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 마가목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악귀를 물리친다고 했다. 조선 초기 서거정의 <동문선(1478)>에는 ‘숲에는 마가목(馬價木)이 많아서 지팡이를 만들 만하기에 종에게 미끈하고 곧은 것만 가려서 베어 오게 하니 잠깐 사이에 한 묶음 가득했다’고 했다. <소송유고(1964년)>에는 ‘심적암의 혜봉승이 마가목 지팡이[馬價木杖]를 보내왔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마가목은 다른 한자로 ‘마가목(馬駕木)<실험단방(1709)>’이란 기록이 있고 <오주연문장전산고(19세기)>에는 ‘정공등(丁公藤)은 세속에서 마가목(馬可木)이라 부른다’고 했다. 아마도 <동의보감(1610)>이 조선 중기에 이미 출간됐기 때문에 이를 근거한 한 언급일 가능성이 높다. 전형적인 레퍼런스 오류인 셈이다.

<어우집(1832)>에는 ‘산에 올라가면 마가목(馬可木)이 모두 거꾸로 나서 잡고서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잎이 날 때 말의 이빨을 닮아서 마아목(馬牙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열하일기(1780)>에는 ‘한 손에는 붓, 벼루, 파리채와 팔뚝만 한 마가목(馬家木) 짧은 채찍을 잡고 입으로는 나팔을 불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특이한 이름으로 마가목이 ‘화추수(花楸樹)<야채박록>’로 기록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본초서에는 정공등(丁公藤)을 남등(南藤), 석남등(石南藤)으로도 기록했다. <본초강목(1596)>에는 ‘정공기(丁公寄)는 바로 정공등(丁公藤)이다. 정공(丁公)이 처음 써서 효과를 보았으므로 이름을 얻었다’고 했다. 또 남쪽으로 난 나무에 의지해 자라나기 때문에 남등(南藤)이라고 했다. 돌 사이에서 나고 나무에서 덩굴을 뻗어서 석남등(石南藤)이라고도 했다.

마가목의

<본초강목>에는 정공등의 모양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읽어보면 요즘 우리가 부르는 마가목이 아님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마가목은 늦가을이면 모두 잎이 지는 낙엽교목이다. 따라서 늦가을 강원도를 가면 마가목 잎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정공등은 동백나무와 같은 상록활엽수다. <본초강목>에 ‘석남등(정공등)은 사시사철 시들지 않는다. 그 지역 사람들은 잎을 채취해 요통을 치료한다’고 했다.

두 번째 줄기 모양에 차이가 있다. 마가목(馬價木)은 지팡이로 삼을 정도로 단단하고 곧은 형태를 띠지만 정공등(丁公藤)은 덩굴식물이다. 따라서 마가목에는 목(木)자, 정공등에는 등(藤)자가 붙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는 ‘남등(정공등) 줄기는 말채찍과 같다’라고 했다.

세 번째 잎 모양에 차이가 있다. 마가목 잎은 작은 잎 여러 장이 어긋나 있으며 긴 타원형 또는 피침형으로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하지만 정공등은 가는 줄기에 폭이 넓은 긴 타원형 잎이 하나씩 붙어있다. 정공등은 <동의보감>에 ‘줄기는 말채찍[마편(馬鞭)] 같고 마디가 있으면서 자갈색이며 잎은 살구 잎 같으면서 뾰족하다’하면서 <본초강목>에 내용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분명 마가목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지만 마가목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모순적이다.

마가목은 조선 후기에 기록된 한의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험단방(1709)>에는 ‘경풍(驚風)에 마가목(馬駕木) 삶은 물을 마시면 바로 차도가 있다’라고 했다. <의휘(1871)>에는 ‘숨을 헐떡거리며 목구멍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날 때는 마가목(馬加木) 열매를 음력 9월에 익어서 색은 검어진 것을 따서 즙을 내 항아리에 넣고 꿀과 섞어 짙게 그늘진 곳에 두고 아무 때나 복용하면 즉시 효과가 난다’고 했다.

마가목을 이용해서 지팡이로 많이 만들었다는 내용들은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요통에 좋다는 문헌적 기록은 없다. 마가목이 허리와 무릎, 남성의 정력에 좋다는 내용은 아마도 정공등의 효능을 차용하면서 와전된 효능으로 생각된다.

정공등(丁公藤)의 효능을 보면 <동의보감>에는 ‘정공등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 풍혈(風血)을 주치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음경을 발기하게 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마비를 제거한다. 흰머리를 검게 하고 냉기를 몰아내며 풍사를 밀어낸다’고 했다. 이 내용은 <본초강목>에 있는 일부 그대로다. 그러면서 여기에 ‘마가목’이란 한글이름을 붙여서 혼란을 야기했다.

인터넷에 보면 마가목의 효능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대부분 정공동의 효능을 대변하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강조하는 효능들이 근거가 부족해서 본 칼럼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보면 마가목 열매를 이용한 식품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마가목 열매는 비타민C, 플라보노이드, 카테킨, 카로틴, 당분,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다. 마가목의 덜 익은 열매에는 소르빈산이 풍부, 세균이나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살균효과가 있어서 식품첨가물로 쓰이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열매를 이용해서 주로 술로 담가 먹는다.

마가목의 효능을 정공등의 효능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동의보감>을 근거로 정공등과 마가목을 동일한 효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정공등과 마가목은 서로 다른 식물이기 때문에 이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마가목의 효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