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석 교수의 전지적 비뇨기과시점] 비만과 남성 비뇨기건강, 그 밀접한 연관성
영화 미이라 시리즈의 주인공 오코넬 역으로 알려진 미국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는 촬영 중 사고와 사생활 문제로 인해 한동안 은둔생활을 했었다. 그러던 그가 ‘더 웨일(the Whale)’이라는 영화로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목이 고래여서 허먼 멜빌의 모비딕 류의 해양 영화로 생각했더니 전혀 다른 주제로 사랑과 용서를 다룬 감동적 영화였다(소설 모비딕이 소재로 등장하기는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272kg인 초고도비만의 중년 남성으로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죽어가면서도 17살 딸의 문학적 재능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주인공은 스스로도 자신의 뚱뚱한 몸매가 역겨워 보임을 알고 항상 이를 묻는다. 고래를 의미하는 웨일은 비만을 놀리는 비속어로 실제 논란이 되기도 한 제목이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 성인질환의 위험요인으로 거의 모든 비뇨기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만의 지표인 뱃살과 허리둘레가 클수록 비뇨생식기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쳐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불임, 염증, 만성골반통 등을 일으키고 남성력의 퇴화를 촉진한다.
남성만이 갖고 있는 전립선 3대 질환인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 모두 비만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과잉 칼로리가 전립선에 염증을 일으키고 크기를 증가시키며 암 세포를 증식시키는 것이다.
또 비만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여성호르몬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킨다. 지방조직에 많이 존재하는 ‘아로마타제’라는 효소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뚱뚱한 남성들에서 대부분 볼 수 있는 출렁거리는 가슴은 단순히 지방이 축적돼 커진 것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에 의해 유방조직이 발달한 여성형 유방이다. 이러한 성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에 정자의 숫자가 줄고 운동력이 떨어지며 전반적으로 정자의 건강상태가 나빠져 결국 불임이 된다.
미국의 한 스포츠신문에서 여성 스캔들이 가장 적은 종목으로 스모를 선정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스모선수들의 복부비만 때문이라고 했다. 복부비만은 복강의 장기 사이에 축적된 내장지방을 의미하는데 당뇨병과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성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신문에서도 뚱뚱한 스모선수들이 발기부전의 위험성이 높아 여성 스캔들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년 95회 아카데미상에서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양자경이 아시아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더 웨일’은 남우주연상과 분장상 등 2개 부문에서 수상했고 높은 평점을 받았지만 결국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더 웨일은 꽤 괜찮은 영화이니 주말 짬을 내 관람하길 추천한다. 최소한 삶의 의미와 비만의 문제에 대해 느껴볼 수 있다. 사랑과 용서에 비법이 없듯이 비만 극복에도 비법은 없다. 특히 지방이 축적되고 내장비만으로 재배치되는 갱년기 이후라면 늘 식생활에 신경을 쓰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