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권 없으면 국민생명·건강 못 지켜”
[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제약산업은 국가성장동력산업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적극적인 R&D투자를 통해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며 지난해 총 16건의 라이선스아웃계약을 체결, 기술수출규모가 6조원대에 이르렀다. 또 지난해 210여개 국가에 총 11조3642억원의 의약품수출성과를 올렸다.
정부 역시 바이오·제약산업을 핵심육성정책으로 선정했으며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뒤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2017년부터 6년 동안 끊임없이 ‘제약주권’을 강조, 폐쇄적이었던 업계분위기를 쇄신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만나 국내 제약산업 발전방향에 대해 들었다.
- 제약산업이 왜 국가성장동력사업인가.
제약산업은 ‘고위험 고가치산업’이다. 신약개발까지 10년 이상의 시간과 1조원 이상의 개발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의 최종성공률은 0.01%에 불과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비의 몇 십배 이상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이는 국부창출과 직결된다. 코로나19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와 화이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제약바이오헬스산업은 정부가 규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지만 지난 6년간 분위기가 바뀌면서 규제가 많이 완화됐고 이로 인해 2021년 국내 신약파이프라인은 1477개로 2018년 57개에서 무려 26배나 증가했다.
- 제약주권이 중요한 이유는.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은 없다. 제약주권이란 의약품을 자급자족(自給自足)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코로나19는 국가가 백신 및 필수의약품의 자력개발‧생산‧공급역량을 갖추지 못했을 때 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줬다. 현재 국내 의약품자급률은 완제의약품 60.1%, 원료의약품 24.4%, 백신 50%에 그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많이 올라갔지만 원료의약품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해외의존도가 높을수록 국내 의약품공급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자급률을 최소 5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지원은 무엇인가.
의약품 개발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의약품은 국민건강과 직결돼 있는 만큼 다른 산업처럼 중간단계를 생략하고 허가받을 수 없다. 즉 독성이나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1상, 대규모로 인체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2·3상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임상3상이다. 임상3상이 실패할 경우 제약사가 휘청거릴 만큼 막대한 자금이 투여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전주기 신약개발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메가펀드’다. 다행히 현 정부는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중심국가 도약’을 주요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신약개발 지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콘트롤타워다. 제약산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부처로 파편화돼 있다. 따라서 빠른 의사소통과 결정이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국무총리실 산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다. 혁신위원회를 콘트롤타워로 삼아 중장기전력을 수립하고 각 부처를 조율해야 한다.
- 국내 제약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제약바이오산업은 미래먹거리산업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민건강을 지키는 보건안보적 가치로 변화했다. 국내 의약품시장규모가 성장세라고 해서 내수에만 안주하고 혁신을 도모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제약사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블록버스터신약 개발에 힘쓰고 R&D에 투자하는 등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 앞으로 제약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국내 제약산업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제 제약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이란 개방형 혁신으로 기업 자체의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기관·기업과 기술을 공유하거나 협업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신약개발성공률이 올라가고 개발과정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또 세계시장 진출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즉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 산·학·연·병·정의 협력을 꾀해야 한다.